[현장 카메라]외국인 근로자 입국 막혀 인력난…“농사 못 지어요”

2020-09-23 1



가을 하늘이 눈부신 이 맘 때가 농촌은 가장 바쁜 수확 시기인데요.

요즘 웃돈을 준다 해도 일손을 못 구해 발만 동동 구르는 농가가 많습니다.

코로나 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이 맘 때면 입국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싹 사라졌기 때문입니다.

김철웅 기자의 현장 카메라, 시작합니다.

[리포트]
호미를 들고 배추밭을 고르는 네팔 국적의 근로자입니다.

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일했던 데그와 씨는 이미 체류 기간이 끝났지만 지난주부터 농사일을 하고 있습니다.

[데그와 / 외국인 계절근로자]
"비자가 5년 지나서 네팔 한 번 갔다가 또 와야 하는데 지금 코로나 때문에 비행기 표가 없어서 갈 수 없어요. 농장일 할 수 있어서 여기로 온 거예요.”

정부가 비자를 특별 연장해 준 덕분입니다.

[양찬식 / 강원 춘천시 농장주]
"일손이 너무 부족하거든요. 외국에서 오신 근로자들 같이 일하니까 많이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. 이분들 없었으면 잡초가 무성해지지 않았을까.”

지금 전국 농어촌에서는 일할 사람을 못 찾아 난리입니다.

[김철웅 기자]
"빨갛게 잘 익은 사과가 나무마다 가득합니다. 추석 직전이라 지금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시기인데요. 일손이 없어서 제대로 수확을 못하고 있습니다.”

지난해 필리핀 근로자 2명을 채용했던 김충근 씨는 올해 혼자 일하고 있습니다.

긴 장마에 태풍까지 겹쳐 망가진 과수원을 제때 손보지 못하면서 수확량은 더 줄었습니다.

[김충근 / 강원 양구군 농장주]
"코로나 때문에 (외국인 근로자가) 안 들어오는 바람에 제때 일을 못 해서 농사를 많이 망가뜨렸지 올해. 약도 제때 못 치고. 사람이 없어서.”

계획대로라면 올해 국내에 들어왔을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약 5000명.

지금까지 단 한 명도 들어오지 못했습니다.

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최대 5개월씩 농어촌에서 일하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.

찾는 곳은 많은데 사람이 없다 보니 임금이 크게 올랐고, 농가는 위기입니다.

[김충근 / 강원 양구군 농장주]
“(일당) 8만 원 하던 게 지금 11만 원으로 올랐지. 내년에도 외국인들이 안 들어오면 더 걱정이지. 인건비 더 올라갈 거 아니야. 농사를 줄이고 조금 하는 수밖에 없지.”

"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짓는다”는 말은 엄살이 아닌 현실이 됐습니다.

“여름에 와 보면 싸움 벌어지고 그래 서로 데려가려고. 용역 하는 데 있거든. 거기서 서로 데려가려고 막 싸우고 난리야.”

[김철웅 기자]
“어떤 작물도 예외가 없습니다. 여기는 감자밭인데요. 원래 2주 전에 수확을 마쳤어야 하지만 지금 시기가 많이 늦어졌습니다. 그 때문에 감자 품질도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합니다.”

“보통 감자를 캘 때 약 한 달을 캐거든요. 20명 이내란 말이야. 근데 지금 여기 우리 집사람까지 합해서 10~11명이야.”

돈을 더 주고 우리나라 사람을 구해보려 했지만,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.

“외국인처럼 안 해요 일을. 힘드니까 일단. 그늘에서 일하려 하지 누가 땡볕에서 하려 해요. 아예 안 하니까.”

“농촌 현장에선 올해보다 내년이 더 위기라는 말이 많았습니다. 일손이 없어서 농사 규모가 줄면 식탁에 오르는 채소, 과일은 비싸집니다. 코로나19가 사라지기 전까진 대책이 없기 때문에 농민들은 벌써 가슴이 답답합니다. 현장카메라 김철웅입니다.”

woong@donga.com

PD : 김남준 김종윤
영상취재 : 김명철